이 얘기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로비> 하정우의 10년 만의 연출 복귀작 <로비>가 뒤늦게 웃고 있다.
지난해 극장에서는 26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치며 흥행의 아쉬움을 남겼던 작품이지만, 지난 8일 넷플릭스 공개 이후 입소문을 타며 공개 3일 만에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3위에 오르며 재조명되고 있다.
극장에서는 손익분기점 150만 명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지만, OTT에서는 전혀 다른 평가를 받으며 '숨은 수작'이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 원 규모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생애 처음으로 '접대 골프'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다.
하정우가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았고 김의성, 박병은, 강말금, 이동휘, 차주영, 최시원, 곽선영, 강해림, 박해수 등 화려한 배우진이 합류해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하정우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13년 <롤러코스터>, 2015년 <허삼관> 이후 무려 10년 만에 선보인 연출작이기 때문이다.
배우 활동에 집중해 왔던 하정우는 골프장이야말로 권력과 비즈니스, 인간관계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공간이라는 점에 착안해 작품을 기획했다.
스포츠 영화가 아니라 골프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해관계와 접대 문화를 풍자한 블랙코미디가 바로 <로비>의 정체성이다.
극의 중심에는 4조 원 규모 스마트 주차장 국책사업이 있다. 번번이 라이벌 회사 대표 광우(박병은)에게 기회를 빼앗기는 창욱은 결국 원칙을 접고 로비에 뛰어든다.
목표는 사업 실세인 조장관(강말금)의 남편 최실장(김의성).
골프광인 최실장을 공략하기 위해 스타 프로골퍼 진프로(강해림)를 어렵게 섭외하고, 박기자(이동휘)의 도움을 받아 접대 골프를 성사시키면서 본격적인 소동이 시작된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하정우식 말맛'이다. <롤러코스터>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언어유희와 건조한 유머가 한층 발전한 모습으로 이어진다.
인물들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지만 엇박자로 이어지는 말장난과 어긋난 호흡이 끊임없이 웃음을 만들어낸다.
자극적인 개그보다 대사의 리듬과 배우들의 호흡에서 웃음을 끌어내는 방식이라 취향만 맞는다면 끝까지 피식거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김의성은 능글맞고 속내를 알 수 없는 최실장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관객들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얄밉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강말금은 겉으로는 품격 있지만 속은 탐욕으로 가득한 조장관을 현실감 있게 표현했고, 이동휘는 특유의 리듬감 있는 코믹 연기로 웃음을 책임진다.
박병은은 카리스마 넘치는 라이벌 광우를 안정적으로 그려냈고, 최시원은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코믹 연기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차주영 역시 기존 이미지와 다른 허당스러운 매력을 선보이며 웃음을 더한다.
신예 강해림은 순수하지만 자존심 강한 프로골퍼 진프로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극의 균형을 잡아낸다.
배우들이 각자의 개성을 마음껏 펼치는 앙상블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반면 극장 흥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개봉 당시 최종 관객 수는 약 26만 명으로 마무리됐다. 하정우의 이름값과 초호화 캐스팅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이었다.
너무 많은 캐릭터와 이야기를 한 번에 풀어내면서 다소 산만하다는 평가가 있었고, 하정우 특유의 B급 감성과 블랙코미디 코드가 관객 취향을 크게 타는 작품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OTT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극장에서 한 번에 몰입해야 하는 영화와 달리 집에서 편안하게 감상하는 환경에서는 인물들의 티키타카와 대사의 재미가 더욱 살아난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극장에서는 지나쳤는데 넷플릭스로 보니 배우들 연기가 훨씬 잘 보인다", "말맛 때문에 계속 웃게 된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블랙코미디"라는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극장에서는 흥행하지 못했지만 OTT 공개 후 재평가를 받는 작품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로비> 역시 그 흐름에 올라탄 분위기다.
화려한 액션이나 반전보다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 그리고 인물들의 관계에서 재미를 찾는 관객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극장에서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하정우식 코미디의 진가가 넷플릭스를 통해 얼마나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닿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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