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확 바뀌었어요.
<호프>의 정호연과 황정민 156분 동안 숨 돌릴 틈도 없이 몰아치는 추격과 액션, 피칠갑이 된 시골 마을,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생명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나홍진 감독 특유의 집요한 연출까지.
10년 만에 돌아온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는 관객을 거대한 장르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들인다.
6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와 기자간담회에는 나홍진 감독과 배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이 참석했다.
이미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세계 최초로 공개됐던 작품이지만 국내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 가상의 마을 호포항에서 시작된다.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은 마을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지만, 그곳에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존재와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평범한 시골 마을의 풍경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다가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재난과 생존의 드라마로 돌변한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 초반이다.
외계 생명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까지 긴장감을 쌓아 올리는 방식이 놀라울 정도로 집요하다.
총성이 들리고, 사람들은 이유 없이 불안해지고, 화면에는 설명되지 않는 기묘한 흔적들이 하나씩 늘어난다.
나홍진 감독은 관객의 상상력을 끝까지 자극한 뒤 한순간 폭발시키는 방식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이후는 말 그대로 폭주다.
총격전과 추격전, 카체이싱, 승마 액션, 크리처 액션까지 거의 모든 액션 장르가 쉼 없이 이어진다.
단순히 화려한 볼거리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액션 자체가 이야기를 끌고 간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화면 속으로 밀어 넣는 힘이 압도적이다.
이날 나홍진 감독 역시 "액션을 통해 스토리를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존에 관한 감정을 '살고 싶다'고 말로 외치는 것이 아니라 액션으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사냥하는 주체가 바뀌면서 감정도 함께 변화하는 지점을 액션으로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는 대사가 아니라 몸의 움직임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장면이 유독 많다.
누가 쫓는 사람이고 누가 쫓기는 사람인지가 계속 뒤집히고, 그 과정에서 관객의 감정 역시 함께 흔들린다. 나홍진 감독은 칸영화제 이후 편집에도 변화를 줬다.
그는 "칸 버전 이후 5분 이상을 덜어내고 일부 장면을 추가하는 등 최종적으로 몇 분 정도의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보다 호흡감 있는 리듬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배우들의 활약 역시 압권이다. 황정민은 이번 영화에서 존재하지 않는 상대를 상상하며 연기해야 했다. 그는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상대 배우 없이 상상만으로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었다"며 "촬영 전부터 철저하게 계산된 연기가 필요했다. 시선 하나까지 모두 계산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 결과 범석은 공포와 책임감, 분노와 연민이 동시에 존재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완성됐다. 황정민 특유의 현실감 있는 연기가 판타지적인 설정마저 설득력 있게 만든다.
조인성의 변신도 인상 깊다.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마을 청년 성기로 등장한 그는 거친 액션을 온몸으로 소화한다.
특히 말을 타고 질주하는 장면은 이번 영화의 백미 가운데 하나다.
조인성은 "승마를 일주일에 두세 번씩 석 달 동안 연습했다"며 "말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다.
마지막 액션 시퀀스는 정말 어렵게 찍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위대한 장면이 나왔다고 생각할 정도로 뿌듯하다"고 말했다. 정호연 역시 강렬하다.
순경 성애 역을 맡은 그는 총기 액션부터 카체이싱까지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존재감을 보여준다.
정호연은 "나홍진 감독님, 홍경표 촬영감독님, 황정민·조인성 선배님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며 "현장에서는 말보다 눈빛으로 대화하는 경우가 많아 그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어려웠지만 나중에는 한 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캐스팅 비화도 흥미롭다. 나홍진 감독은 범석을 처음부터 황정민을 떠올리며 썼다고 밝혔다.
조인성은 주변 영화인들의 극찬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정호연은 황정민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호연 배우를 처음 만났는데 두 시간 정도 이야기하면서 '내가 생각한 캐릭터를 원래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세 배우 모두 기대 이상으로 활약해 줬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호프>는 액션과 스릴, 공포와 코미디가 끊임없이 뒤섞인다. 웃다가도 바로 긴장하게 만들고, 잔혹한 장면 다음에는 엉뚱한 유머가 등장한다.
장르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크리처의 비주얼은 기존 할리우드 SF와는 상당히 다른 방향을 택했고, 일부 장면에서는 실험적인 디자인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등 할리우드 명배우들을 외계인 역할로 대거 기용한 시도가 신선하긴 하나, 영화 속에서 특별히 필요한 것이었냐는 의문도 존재한다.
국내 개봉을 넘어 오는 9월 북미 개봉까지 앞둔 <호프>의 주역들은 작품을 향한 진심 어린 바람을 전했다. 황정민은 “조금 욕심이 난다.
할리우드 영화가 전 세계를 상대로 개봉하듯, 우리 영화도 전 세계에서 잘 돼서 다 함께 행복하게 웃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고, 조인성과 정호연 역시 관객들에게 유의미하고 즐거운 시간으로 남기를 소망했다.
마지막으로 나홍진 감독은 “최선을 다했기에 미련도 없고 후회도 없다.
영화를 수천 번은 본 것 같아 귀를 막고 개봉 날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영화는 극장과 관객이 있어야만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다.
관객 여러분의 좋은 관람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광기의 SF 액션 블록버스터 <호프>는 오는 7월 15일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호프 SF, 스릴러, 액션 2026 나홍진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좋은 영화라 3만 명밖에 안 봐 아쉬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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